올해 6월 27일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친 영향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단순한 하락보다는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래량 급감은 확실하지만 가격 변동은 지역과 가격대별로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데이터와 각종 부동산 통계를 통해 규제 이후 두 달여간의 변화를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과연 정부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두고 있을까요?
📉 거래량 폭락, 하지만 가격은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
6.27 규제 시행 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거래량의 급격한 감소였습니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약 1만 건 수준에서 3천 건대로 75%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였죠.
하지만 거래 가격의 변화는 일률적이지 않았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이전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성사된 '상승 거래' 비중은 6월 48.1%에서 7월 45.0%로 3.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반대로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 '하락 거래' 비중은 35.1%에서 39.2%로 4.1%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서울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지만, 여전히 상승 거래 비중이 하락 거래를 상회하고 있어 시장이 완전히 하락세로 전환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신 시장 참여자들이 신중해지면서 거래 자체가 위축된 양상이 더 정확한 분석으로 보입니다.
💰 9억 이하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 집중, 비중이 절반까지 증가
규제 이후 나타난 또 다른 특징적 변화는 거래 가격대의 분포 변화였습니다. 6.27 이후 43일간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거래 4,646건 중 9억 원 이하 매물이 49.5%인 2,052건을 차지했습니다. 이는 규제 직전 43일간의 37.7%와 비교해 무려 11.8%포인트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특히 6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규제 전 14.7%에서 규제 후 22.8%로 8.1%포인트 급증했습니다. 6억 원 초과~9억 원 이하 구간도 23.0%에서 26.8%로 3.8%포인트 증가했죠.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명확합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 원으로 제한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대출 한도 내에서 구매 가능한 중저가 주택으로 몰린 것입니다. 9억 원 아파트의 경우 LTV 70% 적용 시 6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 정부 규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가격대였습니다.
반면 15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의 중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고액 현금 없이는 구매가 어려워진 이 가격대는 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황입니다.
🏠 강남권 대장주는 여전히 신고가 행진, 현금 부자들의 움직임
흥미롭게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7월 12일 전용면적 84㎡가 34억 3,000만 원에 거래되며 기존 최고가 34억 원을 경신했습니다. 같은 시기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1·2차는 전용 196.84㎡가 127억 원에 성사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죠.
이런 현상은 올림픽파크포레온, 헬리오시티, 파크리오 등 강남권 대표 단지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학군과 교통, 생활 인프라가 뛰어난 핵심 입지의 희소성이 대출 규제보다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결과입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를 '현금 부자' 효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고액의 자기자금을 보유한 구매자들에게는 대출 규제가 큰 제약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3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사상 처음으로 14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고가 매물 위주의 거래가 평균가를 끌어올린 셈입니다.
🔍 양극화 심화, 정책 효과에 대한 신중한 접근 필요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종합해보면, '전면적 하락'보다는 '양극화 심화'로 정리하는 것이 더 정확해 보입니다. 중저가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의 몰림으로 거래가 활발해진 반면, 중고가는 거래 절벽을 경험했고, 최고가 단지들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최근 보고서에서 "6.27 주택담보대출 규제 효과에 대한 성급한 판단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가격 지수의 시차가 2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규제가 시장 전체를 냉각시키기보다는 가격대별, 지역별 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는 점입니다.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곽 지역이나 구축 아파트로 눈을 돌리고 있고, 자금 여력이 있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프리미엄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금리 변동, 추가 규제 정책, 경기 흐름에 따라 시장 변화의 폭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전체적인 하락이나 상승보다는 개별 지역과 단지의 특성, 그리고 자신의 자금 조달 능력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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