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화려한 인테리어의 식당에 지쳐,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진짜 밥상이 그리웠던 적 없으신가요? 물 맑고 인심 좋은 도시, 전라남도 순천에는 시간의 흐름이 잠시 멈춘 듯한 고즈넉한 동네, 청수골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도 오랜 우물터 곁을 지키는 70년 된 한옥 한 채가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어요.
TV 프로그램 '동네한바퀴'에서 배우 이만기 씨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바로 그곳.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구수한 밥 냄새와 함께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온 듯한 정겨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곳은 유명 셰프가 아닌, 동네 어머님들의 따뜻한 손맛과 진심이 담긴 집밥을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 '청수정'입니다.
🏡 버려진 한옥에서 마을의 사랑방으로, 청수정 이야기
청수정은 처음부터 식당이 아니었습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청수골은 도시가스나 제대로 된 하수 시설조차 부족했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던 마을이었죠. 하지만 순천시가 주도한 '새뜰마을 사업'이라는 마을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람의 온기가 끊겨 스러져가던 70년 고택은 마을의 새로운 심장이 될 식당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더 특별한 것은 이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순천시는 손맛 좋기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던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식당의 주방을 맡아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그렇게 모인 어머님들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청수정의 진정한 주인이 되셨죠.
이제 어머님들에게 이곳은 일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서로에게 친구이자 가족이 되어주며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으셨다고 해요. "출근하는 길이 즐겁다"는 그분들의 진심 어린 미소는 청수정의 가장 맛있는 비밀 양념일지도 모릅니다.
🍚 매일 달라지는 12첩 반상, 진짜 집밥의 품격
청수정의 메뉴판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청수정 백반' 단 하나죠. 하지만 그 상차림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매일 아침 장에서 가장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어떤 반찬을 만들지 고민하는 어머님들의 정성이 12가지가 넘는 반찬에 고스란히 담겨 나옵니다.
직접 담근 김치와 구수한 된장국, 투박하지만 정직한 맛의 나물무침과 조림까지. 모든 음식이 냉장고에서 꺼내 데운 것이 아니라, 그날 아침 어머님들의 손끝에서 갓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바쁜 일상과 1인 가구의 증가로 따뜻한 집밥 한 끼가 그리워진 요즘, 청년들에게는 엄마의 손맛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물하는 특별한 밥상이죠.
[청수정 메뉴 정보]
- 대표 메뉴: 청수정 백반 (1인 12,000원, 2인 이상 주문 가능)
- 특징: 매일 제철 재료에 따라 반찬 구성이 달라지는 12첩 한상차림
이곳을 찾은 이만기 씨 역시 낡은 펌프에서 물을 길어 올리며 추억에 잠겼고, 정성 가득한 밥상을 받으며 음식 맛은 물론, 함께 웃고 일하는 어머님들의 따뜻한 기운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위치 : 전라남도 순천시 공마당2길 143
- 운영 시간: 매일 11:30 - 15:00 (점심 영업)
- 전화번호: 061-751-8992 (방문 전 연락 추천)
- 휴무일: 매주 일요일
😊 밥상 너머의 온기, 사람을 잇는 공간
청수정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섭니다. 이곳은 마을의 기억을 되살리고 사람과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마을 공동체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웃는 어머님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70년 고택을 가득 채우며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전달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순천 여행길에 들른 식당일 수 있지만, 청수정에서의 한 끼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경험을 선사합니다. 마을을 되살린 사람들의 이야기, 할머니의 손맛에 담긴 진심, 그리고 잃어버렸던 공동체의 온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순천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화려한 맛집 리스트에 '청수정'을 추가해보세요. 위로가 필요한 날, 진짜 집밥이 그리운 날, 이곳의 따뜻한 밥상 한 끼는 순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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